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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자유롭게 방황하고 흔들려보자 (한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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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마포청년나루 조회수 418회 작성일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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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보기 : https://blog.naver.com/uhooo10/222729031370


 100세시대니 뭐니 한다지만, 그중 반도 안 산 20대 청년들에게 사회는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다. 물론 그 기대치에 부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스스로가 그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평가할 경우 번아웃에 빠지기 쉽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꿈이 작가였다. 처음에 작가라는 꿈을 가지게 된 계기는 꿈이 없는 것을 초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꿈에 대한 것이었다. 다른 친구들이 ‘경찰관’, ‘의사’ 등을 바로 뱉어낼 때, 차례를 기다리며 초조해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아직 꿈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해도 되는 것이었는데, 그 시절에는 꿈이 없는 걸 남들보다 뒤처진다고 생각해서 초라하게 여겼던 것 같다. 주로 하던 것이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는 것이었고, 말보다는 글로 생각을 표현하는 게 수월했기 때문에 작가라고 대답했다. 꿈을 말로 뱉은 순간부터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 사실 다른 분야를 도전하고 실패할 용기가 없어서 쭉 '글 쓰는 일'만 보고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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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unsplash)


 중학교 때에는 작가교실을 다녔고, 고등학교 때에는 교지편집부와 문학동아리 등을 통해 꾸준히 글을 읽고 쓰는 것에 대한 관심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막연했던 작가라는 꿈은 방송작가로 좁혀졌으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에 대한 애착도 강해졌다. 그렇지만 자신감은 어느새부턴가 자괴감으로 바뀌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평가를 받다 보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겉만 번지르르한 글을 쓰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또 글을 쓰는 것이 스스로를 검증해야만 하는 수단으로 느껴져 글을 쓰기 시작하는 데에도 한참이 걸렸다. 그나마 글을 쓰는 게 재미있었는데 타인과 비교할수록 내 글이 못나 보이고 미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문을 품게 됐다. '무언가에 도전하고 실패하며 방황하는 시간이 두려워서 뒷걸음질 치며 걸어온 것은 아니었을까?'.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도전에 대해 망설이는 마음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할까? 실패를 두려워하고 망설이는 마음은 실패를 극복하는 법이 아니라 피하는 법만 가르치는 사회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실패를 하고 나니 어찌할 줄 몰라 방황을 시작하게 되는 건 아닐까.


자유롭게 방황하고 흔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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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본인)


 ‘글 쓰는 거 말고 다른 좋아하는 게 있지는 않을까?’ 누가 떠밀었던 것도 아닌데 항상 과하게 불안해하고 쫓기듯이 살아왔던 나는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것저것 도전해 보기 시작했다. 교직이수를 생각하다 돌연 세상을 더 넓게 보고 싶다는 마음에 독일 유학도 준비해 보았고, 5개국어를 꿈꾸면서 일본어, 우즈베크어 강의도 들으며 공부했다. 4차 산업 강연을 감명 깊게 듣고는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에 관심이 생겨 그 길로 관련 학과 복수 전공도 신청했다. 또 스스로를 수포자라고 칭하며 고등학교 때부터 수학과는 담을 쌓아왔었는데 공학수학과 선형대수학을 공부하면서 자신감을 얻기도 하고, 강의와 스터디를 통해 파이썬과 SQL에 대해서도 배우고 있다. 


 혹자는 이런 나를 보며 이것저것 들쑤시고 다닌다며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 난 나의 실패 경험조차도 사랑스럽다. 물론 가끔 일이 너무 안 풀릴 때에는 자괴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실패도 나의 경험치라고 생각한다. 이제서야 첫 발을 내디딘 정도지만, 이런저런 경험으로 벌써 스스로가 그동안 지나치게 우물 안 개구리로만 살았다는 것도 깨달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방황이라는 단어는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방황은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효율성과 합리성의 문제는 주로 목적, 특히 취업과 성공에 대한 강박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삶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하지, 목적에 끌려다니는 삶은 건강한 삶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거창한 경험이나 목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찰나의 경험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면 그것은 큰 가치를 지닌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나루호 활동은 좋은 기회다.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그 사람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또 다른 단원분들과 함께 기사를 작성하면서 여러 가지 관점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방황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실패에 당당하기 위해서는 여러 시행착오를 긍정할 수 있는 포용적인 시야가 필요하다. 동시에 이런 포용적인 시야는 기자의 덕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앞으로 나루호 3기 단원으로서 서툴더라도 직접 듣고 쓰고 경험한 진정성 있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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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일기장에 쓴 글(▲출처 : 본인)


 초등학교 1학년 때 썼던 일기장을 읽어보다가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했다. 성인이 된 지금은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뿐인데 초등학교 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의젓했던 것 같다. 차근차근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가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방황하는 걸 즐기자. 방황하면서 조급함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좀 더 자신의 방황에 관대해지라고 말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열심히 방황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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