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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뫼비우스의 인생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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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마포청년나루 조회수 23회 작성일 2021-09-0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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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 https://blog.naver.com/live_ing_anyway/222490884031?afterWebWrite=true


1. 돈이라는 뫼비우스의 띠

 

 '망했다.' 오늘 가장 많이 되뇌인 말이다. 그간 나의 모든 작업 및 업무를 도맡아 임해오던 노트북이 드디어 제 수명을 다 한 것이었다. 어떤 프로그램을 클릭하건 창이 켜지는 데 거진 한 시간은 소모되었다. 하기사, 같은 학과의 선배에게 물려받아 도합 십 년을 내리 사용했으니 이제 쿨하게 보내줄 때가 왔다. 어쩐지 몇 개월 전부터 슬금슬금 기기의 속도가 더디고 이런저런 말썽을 부리고는 했으니 뻔히 예상된 결과였다. 나는 일전에 눈여겨 봐 두었던 노트북 대리점에 연락해 견적을 문의했다가, 전화를 끊고 난 후엔 생각을 달리하여 저렴한 제품으로나마 노트북을 구매하기로 마음 먹었다. 노트북 대여는 보증금을 합쳐 한 달에 12만원. 반면 중고 노트북을 구매하면 40만원으로 근 몇년은 사용 가능할 터였다. 후자의 승리였다. 한동안 요양 차 일을 쉬는 바람에 당장의 현찰은 그보다 부족했지만. 휴대 전화기 요금에 합산되는 소액 결제 수단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노트북 값이 포함되는 당월 요금은 차후 소득으로 메꿀 수 있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문득,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쓰는 상황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살아가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인데 실은 그 돈을 벌기 위해서 결국 계속 돈을 쓸 수 밖에 없는... 이런 구조를 반복하고 있구나라는 생각. 얼마 전에는 몸에 일어난 전반적인 면역계 문제 때문에 대학병원의 종합검사 예약을 했더랬다. 본가에 귀이한 덕에 다행히 병원비 지원은 가족들로부터 받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총 70만원을 겉도는 금액에 쓰게 웃었다. 몸이 아파 당최 돈을 벌지 못하니 이를 개선하기 위해 검사 및 치료를 받으려는 것인데 또 이를 위해서는 자본이 선제되어야 한다니. 처음으로 프리랜서 강사로 일을 시작할 무렵에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자료 및 교재 비용만 한 달에 40만원은 빠져나갔던가. 사업 유지를 위한 그 외 기본 비용은 두말 할 것도 없고. 초기 몇 개월간은 한 달에 필수로 100만원이 족히 지출되었다.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초기 비용 및 투자 비용이란 것은 정말이지 무섭다. 그러고보니, 한 인간을 양육하기 위해서는 일 년에 일 억원씩 소모해야만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어디선가 봤던 것 같다. 내가 이십 대 중반의 나이를 넘긴 지금은 직접 스스로를 먹여 살리는 셈이니까 역시 그 정도의 지출은 당연한 건가. 살아간다는 것은 돌고 도는 돈의 뫼비우스 위를 거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2. 글쟁이라는 뫼비우스의 띠

 

"그런데 왜 돈도 안 되는 학과를 갔대."

 

 그러게나 말입니다, 라는 말이 목 언저리를 맴돌았다. 나와 가까운 이들이라면 익히 알다시피 대학교에서 내가 전공한 학과는 문예창작이다. 복수전공은 국어국문학. 위는 몇 년 전 내가 실제로 눈앞에서 몸소 들은 대사인데, 상황 맥락을 보자면 충분히 이해가 갈 법했다. 당시 나는 내 몸 크기만한 고시원 방에서 간신히 지내며 일터로는 일용직 공장을 전전했으니까. 거기서 같이 일하던 여사님 한 분이 내 이야기를 듣고는 저리 말씀한 것이었다.

 

 어느 날은, 우리 대학교의 국문학과 수업을 듣던 도중 교수님께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기도 하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돈을 못 버는 직업은 뭘까요?

 

"일위는 시인입니다."

 

시인. 교수님은 칠판에 두 음절의 글자를 쓰며 다음과 같이 덧붙이셨다.

 

"문창과 학생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아마도, 해당 수업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내 눈치를 살피며 덧붙이신 말이 아닐까 하고 혼자 어림짐작할 뿐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장래희망이 글쓰기와 관련된 무엇무엇이라고 말했을 때 돌아오던 반응들은 하나같이 비슷했다. 그와 관련된 가장 최초의 사건은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일어났다. 담임 선생님께 제출할 인적사항 답변지를 어머니께 들고 갔더니, 내가 써넣은 장래희망 칸 속 내용을 보고는 다음과 같이 말하시는 것이었다.

 

"소설가? 소설가는 돈 못 버는데."

 

약간의 배신감이 드는 점은, 어머니 역시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후 당시 글쓰기와 국어 과목을 가르치는 일을 하셨다는 점이다. 바로 지금의 나처럼. 모녀 간의 핏줄을 잇는 블랙코미디스러운 전개가 아닐 수 없다.

 

그러고보니 최근엔 또 이런 일이 있었다. 당시 나에게 글쓰기 수업을 듣던 수강생분의 어머님께서 전화가 오셔서 상담차 대화가 오고 갔는데, 자녀분께서 장래에 작가를 꿈꾸고 있지만 이를 지지하기 쉽지 않다는 말씀이셨다.

 

"작가는 먹고 살기 힘들잖아요."

 

해당 수강생분은 나이에 비해 글쓰기 실력이 꽤 출중하신 터라 여러모로 나는 아쉬운 마음이 컸다. 그렇다고 쉬이 어머님을 설득하기도 무리가 있었다. 일단 나부터가, 아직은 작가로서 크게 돈을 벌고 있는 실정이 아니었으니까. 가난한 글쟁이로서 차마 그 말에 반박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며칠 뒤 결국 어머님께서는 수강 연장을 비희망하신다는 연락을 취하셨고 나는 아쉬운 마음을 홀로 달래야만 했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글쓰는 일이라는 게 여타 직업과 비교해 풍족한 수입을 못 낸다는 사실은 위에 언급한 다른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잘 체감하고 있을 터였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글쓰기를 내 인생의 숙원 사업으로 삼고 았다. 아이러니하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결과다. 태어나기를 원체 이 쪽의 기질과 적성만 발달했고, 가지고 있는 재능이랄 것 역시 돈 안되는 예능계열뿐인 걸 어쩌란 말인가. 유아기 때부터 초, , 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며 나는 생생히 깨우쳤다. 내 삶은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여기로 오게 될 것이란 사실을.

 

 

3. 꿈이라는 뫼비우스의 띠


 일확천금의 꿈. 이를 현실에서 가장 높은 확률로 이뤄낼 수단은 '복권 당첨' 정도가 있을 듯 하다. 그동안 죽은 줄로만 알았던 강남의 땅부자 조부모가 갑자기 찾아와 전재산을 물려준다는 드라마 속 이례적인 사례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우스운 점은, 나같은 상성의 인간은 복권을 성실히 사 들이는 것도 아닌 주제에 '일등 복권에 당첨되게 해주세요' 같은 말은 입버릇처럼 잘도 해댄다는 것이다. 한때 아주 우울하여 잠이 오지 않는 날이면 다음과 같은 구체적 상상을 해보고는 했다. 일등 복권에 당첨됐다고 가정하고, 세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어떻게 내 삶에 활용하고 투자할 것인지를 셈해 보는 것이다. 당장 내 명의의 집을 구매한 후 내부를 어떤 구조로 설계하고 어떤 가구를 들일 것인지 사실적인 그림을 그려 본다.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마음이 안정되어서인지 저절로 깊은 단잠에 빠지게 된다. 그야말로 '꿈 같은' 행복에 취해 잠들 수 있는 방법이다.

 

언젠가는 인터넷에서 네티즌 간의 다음과 같은 언쟁을 목격한 적도 있다. 돈이 없어서 밥을 못 먹는다 불평하지 말고 라면과 소면을 함께 삶아 국수를 해먹으면 양도 불어나고 탄수화물 섭취 또한 든든히 가능하다, 라는 내용을 올린 한 익명의 글이 발단이었다. 그에 대한 다른 네티즌의 응이 인상적이다.

 

"그게 인간 사료지, 식사냐."

 

과연, 동의하는 바였다.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에너지만 공급되어서는 결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없다. 나 역시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사고 싶은 것을 사고 자고 싶은 곳에서 잘 수 있을 때 안정된 행복을 느끼니까. 그러나 역설적으로, 나는 '부자' 그 자체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은 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할 뿐이다. 그것이 삶의 목적이라는 자리를 가로채 가지 않도록, 늘 약간의 긴장을 겸할 필요 역시 있다. 그저 용이하게 글을 쓸 수 있을 환경적 요건이 갖춰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달고 산다. , 작가로서 매일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돈이 전제되어야 한다.

 

나는 글을 쓰는 게 여전히 행복하다. 글을 통해 다른 이들을 가르치고 그것으로 돈을 벌고 또 이를 통해 내 삶을 이어가고 그렇게 작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요즘의 일상이 행복하다. 여전히 누군가는 좀 더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라고 내게 조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전의 삶에 있어 그랬듯 앞으로도 내가 이 꿈을 저버리지 못하리라는 것을 뼛속 깊이 알고 있다. 꿈을 꾸는 것은 나에게 있어 앞으로의 내일을 가능하게 하고, 미래를 살아간다는 가능성을 또다시 꿈꾸도록 만들어 주니까. 그래서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해나가는 요즘의 일상이 더없이 소중하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꿈을 꾸며 살아가고 싶다.

 

 

4. 나라는 뫼비우스의 띠

 

 삶을 살아가며, 또다시 여기 이 자리로 왔구나 하는 생각을 거둘 수 없는 순간들이 꽤 있다. 때론 부정적이라 말할 수도 때론 긍정적이라 말할 수도 있는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인정하기로 했다. 가끔은, 내가 아무리 벗어나려고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뫼비우스의 띠에 자리한 순간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제는 희망한다. 내가 올라타 있는 것이 과연 어떤 뫼비우스의 띠이건 간에, 이미 그 위에 올라탄 채라면 즐겁게 웃으면서 가고 싶다고. 이왕 거머쥔 것이라면 나를 위해, 내 행복을 위해서 쓰고 싶다. 사람들이 운명이라고 믿는 것은 대게 유전 및 사회 환경적 요인의 지배를 받아 개인의 삶을 이루는 요인이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구태여 나를 부정하며 스스로를 고쳐 쓰고 싶은 마음이 없다. 나는 나로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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