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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존버'가 힘이다.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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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마포청년나루 조회수 1,588회 작성일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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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s://blog.naver.com/live_ing_anyway/222328302084


존버의 탄생

 

존버’. 당신은 이 단어의 뜻을 알고 있는가? 적어도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는 10대에서 30대 사이 청년이라면, 이 말을 한 번이라도 사용하지 않거나 접해보지 않은 이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도 그럴 게, 몇 년 전부터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존버라는 단어가 적잖이 유행한 양상이 있었다.

시초가 되는 어원은, ‘존 나버로우의 합성어이자 줄임말이다. ‘존 나는 대개 알다시피 일상이나 인터넷상에서 흔히 쓰는 비속어로 상당히, 많이를 나타내는 극적 표현이다. ‘버로우의 경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시리즈 속에 등장하는 외계 종족 저그의 잠복(Burrow, 버로우) 기술을 이르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기회가 올 때까지 죽은 듯이 기다린다는 의미에 가깝다. , 우리가 비교적 최근 새롭게 탄생한 신조어라고 착각할 수 있는 이 단어는 사실 2000년대 초반 당시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이미 한 차례 유행했던 셈이다. 당대에도 역시 지금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오늘날 우리가 흔히 이해하고 있는 존 나 버티기의 뜻으로 분명히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경부터이다. 당시 출간되었던, 혜민 스님의 저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2012, 쌤앤파커스)에서 그가 소설가 이외수에게 요즘 힘들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없냐고 묻자 이외수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존버 정신을 잃지 않으면 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그가 자신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트위터(twitter) 계정에서 아래와 같이 한 차례 말한 바 있다. “아직도 존버가 무슨 뜻이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군요. 어린이가 물으시면,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존경받는 그날까지 버티자는 뜻이라고 대답해 드리고, 어른이 물으시면,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존 나게 버티라는 뜻이라고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이때의 발언이 인터넷상에서 점진적 유행을 타면서, ‘존 나 버티기라는 뜻으로서의 의미가 굳혀진 셈이다. ‘존버의 정확한 시초가 되는 어원이 무엇인가에 대해선 일각에서 간혹 논쟁이 일기도 하나, 결국 그 쓰임과 의미는 동일하다. 순화하여 해석하자면, ‘존버는 즉 목표한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꾸준히, 그리고 인내를 가진 채 임한다라는 말로 정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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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소설가 이외수 (https://twitter.com/oisoo?lang=ko))

 

 

 

존버의 역사

 

지난 2017, 대한민국은 비트코인을 주축으로 한 암호화폐 이슈가 성행했다. 갑작스러운 호황과 더불어 사회 전반적으로 다양한 파급 효과를 불러온 이 디지털 자산이 어째서 그러한 경황을 맞이했는지,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경제학적으로 전문가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이때 발산된 전폭적 영향 덕분에 존버라는 용어는 좀 더 다양하고 대중적인 매체에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이외수 소설가를 통해 널리 알려진 발판이었던 트위터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주식 및 암호화폐 관련 페이지 내에서는 보유 자산의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동요하지 말고 기다렸다가 후일 상황에 맞게 매각할 것따위의 의미로 사용하고는 했다. 이후, 암호화폐 열풍 덕분에 해당 커뮤니티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거나 내부의 은어 등이 대중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공용 방송 등에서는 존버의 앞글자 이 비속어에서 유래한 점을 고려하여, 단어의 풀이 자체를 존중하며 버티기존재감 있게 버티기’, ‘존경받는 그날까지 버티기등으로 순화하여 언술하는 편이다. 어떤 어휘를 차용하던 간에, 이를 통해 이르고자 하는 바는 결국 꾸준한 인내력의 가치임을 우리는 자못 알 수 있다. 어느새, ‘존버는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서 상호 간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가치로 자리매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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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각종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 워렌 존버핏짤’) 

 

 

 

존버의 성공

 

2021,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커다란 존버의 열풍을 맞게 된다. 바로 브레이브걸스역주행 신화였다. 브레이브걸스는 현재 4인조 멤버로 구성된 케이팝 여성 아이돌 그룹이다. 그룹의 데뷔는 2011년으로, 올해 십 주년을 맞고 있다. 현재 그룹을 조성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 팀 내 재정비 시기에 들어온 이른바 ‘2멤버들이다. 1기 당시 활동했던 원년 멤버들은 현재 모두 탈퇴한 상태로, 브레이브 걸스는 데뷔 이래 여러 멤버의 합류와 탈퇴를 반복해왔다. 그리고 데뷔 이래 십여 년이 되도록, 긴 무명 생활을 되풀이했다. 케이팝 산업계 내 성공 지표라 할 수 있는, 음악 방송에서의 일위라는 쾌거는 당연히 고사했으며 대중 매체에 얼굴을 비추는 등, 인지도를 상승시킬만한 활동 역시 전무에 가까웠다. 오랜 연예계 활동에도 불구, 대중 인지도와 음반 성적 등의 면면에서 다소 부진했다. 시간 순리에 따라, 이십 대였던 멤버들도 어느새 삼십 대에 접어들었다. 십 년이라는 활동 기간에 견주어, 성취와 그에 따른 소득 면에서 변변찮았기에 멤버들은 결국 논의를 거쳐 그룹 해체를 결행하기로 뜻을 모은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군부대 위문 공연 당시 그들이 선보였던 무대 영상이 유명 동영상 커뮤니티 내 실시간 인기 순위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이다. 해당 영상 속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지난 2017년 발매한 곡이었다. 무려 사 년 전 발표했던 그 음원은, 놀랍게도 곧이어 모든 음원차트 일위를 석권하기에 이른다. 마침내 브레이브 걸스는 그토록 꿈꿔왔던, 음악방송의 일위 트로피를 연달아 손에 거머쥐는 쾌재를 이룩하게 된다. 오랜 시간 품어왔던 꿈을 완전히 포기하려던 순간, 그간의 모든 노력과 고생에 대한 보상이라는 양 믿기지 않는 성공이 찬란하게 펼쳐진 것이다. 사람들은 브레이브걸스를 향해 역주행의 정석존버의 대표 성공 사례라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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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SBS <인기가요>)

  

 

존버의 가치

XX살인데, 지금 이 일 시작하면 늦은 거겠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잊을만하면 위와 같은 글이 올라오고는 한다. 과거로부터 여전히 공고하게 유지되는 유교적 가치관 탓인지, 대한민국 사회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나이를 대하는 문화적 인식이 유독 강하다. 다른 사람과의 첫 만남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나이를 밝히며 소개하는 것 또한 우리나라만의 고유 특성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다. 이 때문일까. 개인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 학벌, 직업적 성취 및 기술력을 따질 때도 늘 당사자의 나이에 견주어서 가름하고는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특정 나이대별로 요구하거나 기대하는 조건이 고정적으로 정립된 셈이다. 예로, 이십 대 중반부터는 첫 직장에 발을 디밀고 해당 업계 내 이력을 차츰 쌓아가다가 삼십 대에는 어느 정도의 안정적 경제력과 자산을 갖추어야만 하고 이후 사회적 직업적 명성과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등과 같은 내용 말이다. 마치, ‘어엿한한 명의 사회인으로서 삶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행보를 증명해야만 한다는 듯이. 한때 국가적 위기 상황을 뚫고 경제 성장을 이룩해낼 수 있었던, ‘빨리빨리를 주창하는 전국민적 성향이 발단일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든 간에, 오늘날 한국 사회는 유독 가성비에 집착하는 사회 문화적 양상을 띠고 있음이 틀림없다. 한국 사람들은 그 어느 나라의 국민보다 많은 시간을 노동에 할애하면서, 잠을 자는 것엔 가장 적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잠은 죽어서 자자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나라의 모습답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구성원들에게 억압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결과 값이 당장 눈앞에 드러나지 않는다면, 이를 위해 행한 무수한 노력의 과정마저 시간 낭비였다고 설파하는 가성비 문화앞에서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젊은 청년 세대는 조급함과 함께 좌절을 생각하고 있다. 이십 대 청년들의 우울증 및 기분 장애의 증가 현상과 더불어 자살률이 두드러지는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에 동참한 이들 다수는 소위 2030의 젊은 세대다. 군부대 위문 공연 영상이 이목을 끌었다는 점을 통해, 남성 구성원들의 참여 맥락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군대라는 교집합을 공유하지 않는 구성원 비율 역시 높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기존 소비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본 인기 동영상 하나를 시작으로 그들을 연일 수많은 매체에서 만나 볼 수 있게끔 지지와 응원을 쏟도록 촉구한 동력은 무엇일까. 이러한 여론 형상을 통해, 우리는 모름지기 많은 이들이 존버를 통한 결실을 목도 하길 염원한다는 바람을 지닌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청년들은 치열하도록 꿋꿋하게 인내하며 버팀이라는 행태를 가리킬 구체적 명칭을 발굴해 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이 언어로서 호명될 가치가 있는, 삶과 불가분한 요소라는 진리를 공공연히 인정받고 싶었을 테다. 그리하여 꾸준함과 인내의 미덕을 존중받고, 그토록 감내한 시간이 무가치한 게 아니었음을 끝내 증명받는 것. 노력과 감내에는 그에 따른 보상이 반드시 오리라는 것. 삶에서의 해피 엔딩이 실체 한다는 것을, 사례로써 몸소 마주하길 바랐을 것이다. 브레이브걸스의 성공 신화는, 청년 세대의 자아가 투영된 사회적 결실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나온다.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Attendre et espérer!)” 어려운 시기가 닥쳤을 때, 미래에는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가진 채 현재의 역경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나 또한,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 많은 청년들에게 다음과 같이 전하고 싶다. “존버의 가치를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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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애니메이션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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