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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고독사 시대, 청년 정책에서 활로를 찾아야_감수 송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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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마포청년나루 조회수 156회 작성일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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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 사는 사람이 앓다가 가족이나 이웃 모르게 죽는 일‘, 국립국어원은 고독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2022년 보건복지부는 고독사 실태조사를 발표하였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고독사 사망자 수는 3,378명으로 2017년부터 꾸준히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체 사망자 수 대비 약 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서울과 인천은 2021년 고독사가 각각 1.3%, 1.5%의 비율을 차지하였으며 대전의 경우 2017년 0.80%의 비율을 보인 것과 대비해 2021년 1.62%를 차지해 비중이 두 배 이상 상승하였다. 성별에 따라 분류했을 때, 남성이 여성에 비해 고독사에 훨씬 취약함이 드러났다. 2021년 여성 529명이 고독사할 때, 남성은 이보다 5배 가량 많은 2,817명이 고독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남성 전체 사망자에서 무려 1.6%가 홀로 사망할 때, 여성은 단 0.4%를 차지한 것이다. 연령군에 따른 비교는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체 고독사 중 20대와 30대가 약 6.5%를 차지한 데에 반해, 50대와 60대는 절반이 넘는 58.6%를 차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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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중 연령별 비중. (표=보건복지부)


 주목할 점은 고독사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전체 연령대에서 자살은 약 17.3%의 비율이었지만, 20대로 한정했을 때 고독사의 비율은 56.6%였다. 30대 역시 40%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였다. 젊은 층에 있어 자살은, 그리고 그 원인이 되는 우울증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자리하고 있다. 올해 3월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2030의 약 40%가 자살을 고려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80여 응급실에 내원하였던 자살 시도자 중 약 40%가 20대에서 30대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제 우울증은 단순한 개인적 고통이 아닌, 우리 사회를 향한 구조적 위협으로 변모하였다. 그러나 지자체의 현실 인식은 아직 사안의 중대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12월 ’고독사 예방·관라에 관한 조례‘를 제정, 올해 고독사 실태조사와 예방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사업 대상에서 청년층은 배제되었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나아갈 길이 험할 것을 여실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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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 고독사 중 자살 사망 비중. (표=보건복지부)


 사실 오늘날 청년들의 우울은 충분히 예견되었던 것이다. 앞선 타국의 사례들이 우리에게 숱한 경고를 보내왔던 것이다. 2000년 일본 TBS에서 방영한 드라마 <IWGP>에서, 주인공 마시마 마코토는 실종된 누군가를 찾고자, 고등학교 친구였던 모리나기 카즈노리에게 도움을 청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모리나기는 줄곧 집안에 틀어박혀 은둔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망원경으로 한 칸짜리 창으로 세상을 둘러보는 것이 세상의 전부였던 모리나기가 역설적으로 모든 범행을 지켜본, 유일한 목격자였던 것이다. 마코토는 모리나기와 세상을 단절시킨 문 앞에 앉아, 세상에 다시 나서줄 것을 청한다. 요컨대 은둔 청년의 문제는 분명 과거로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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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kikomori: Japan's Vanishing People (Fusion TV, 2017.) 


 일본에서 청년들의 은둔·고립 청년 문제가 비화된 것은 경제성장률과 떼어놓을 수 없다. 1970년 2126억 달러였던 미국의 국내총생산(GDP)는 불과 15년 후 약 1억 4천억 달러에 근접하였다. 이에 미국이 국내 기업들의 도산을 막기 위해 엔화의 평가절상을 요구,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킨 것이 바로 1985년 플라자 합의이다. 이후 일본은 수출시장에서의 부진과 그로 인한 경기 침체를 완화하고자 대출 규제를 완화시켜 주식과 부동산 시장을 키우기 시작하였고, 10년이 지나 1995년 일본의 국내총생산은 무려 5배보다 커진 5조 4990억에 이르렀고,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하자 일본 경제는 급속도로 냉각되기 시작하였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2019년 일본의 GDP는 5조 650억 달러로, 지난 호황기의 수치를 아직도 회복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침체된 경기는 고스란히 청년층에게 전가되었다. 경제성장을 느껴본 적 없는 새로운 세대는 일어서기를 포기해버렸다. 사토리는 일어로 달관을 뜻한다. 청년들이 사다리에 올라타기를 거부했을 때, 사토리 세대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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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선 오전 9시 출근-오후 9시 퇴근-주 6일 근무를 의미하는‘996’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일러스트=양승용, 이코노미조선) 

 중국에선 바이두와 위챗을 중심으로 ’탕핑(躺平)‘이라는 단어가 급속도로 퍼졌다. 공산당은 관련 게시물을 모두 검열, 삭제하였고 이는 곧 금기어가 되었다. 탕핑은 (평평한 바닥에) 가만히 눕는 것을 뜻하며, 이는 곧게 선 상태와 대치된다. 서있는 것은 곧 불합리한 전통적 사회 관례에 따르는 것이고, 따라서 ’누워있는 것이 곧 정의‘라는 주장이다. 중국 기업은 과거 근면성실을 내세운 착취에 가까운 노동 구조로 악명을 떨쳤다. 이른바 ’996‘라는 것으로, ’9시 출근, 9시 퇴근, 주6일 근무‘를 의미하는 이 표현은 중국 내 사용자들이 근로자에 대해 갖는 인식을 여실히 드러낸다.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자 마윈은 이를 두고 축복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불합리한 구조를 깨달은 청년들은 ’不動‘으로 저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躺平’의 형상으로. 탕핑족은 공정하지 않은 근로 조건에 대항해 일하지 않기로 했다. 그들은 집도, 차도 사지 않고 결혼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누워있다가, 돈이 필요할 때에만 일하러 나가는 것이다. 열심히 일한다고 한들, 폭등한 대도시의 집값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애초에 누릴 수 없기에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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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별 고립 인구 출현율 (표=통계청 사회조사, 재인용)

 청년층의 고립과 은둔이 특히 치명적인 것은, 그것이 그 시기에 국한되지 않고 삶 전반에 걸쳐 일어날 가능성 때문이다. 고립 자체는 청년보다 중·장년층에게서 더 잦게 발생하고 있으나, 청년기에 고립과 은둔을 경험한 사람은 추후 중년기, 장년기에서도 고립될 위험성이 높은 것이다. 2022년 부산복지개발원에선 부산광역시 거주 중인 은둔형 외톨이(引きこも)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현재 은둔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 21% 가량이 19세 이하의 학령기에서, 절반에 가까운 45.8%의 응답자가 20대 시기에 처음 은둔에 대한 생각을 떠올렸다고 답하였다. 실제로 은둔을 시작하게 된 시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 275명 중 171명, 62%에 달하는 응답자가 29세 이하의 나이에 은둔에 처음 빠져들게 되었다. 요컨대 사회로부터의 은둔과 고립이라는 것은, 그것을 시작하든 충동에 그치든 간에 20대 이하의 젊은 나이에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며, 이러한 사실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고립·은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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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은둔 생각이 처음 들었던 시기(위)와 실제로 처음 은둔한 시기(아래) (표=부산복지개발원)

 주의하여야 할 것은 고립 청년과 니트족을 혼동하여 사용하여선 안 된다는 점이다.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and Training)이란 이른바 구직단념청년으로, 교육과 구직, 경제활동에서 동떨어진 이들을 부른다. 여기에서 고립이란 개념은 등장하지 않는다. 고립 청년은 사회적 교류와 관계 나아가 외출 자체를 꺼리며, 기댈 언덕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 선택한 고립이 아니라는 점에서 상기하였듯이 극단적 선택에 가장 취약하고 이러한 위험이 인생 전반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다시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을 불문한 지원이 절실한 까닭이다. 2021년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삶에 대해 매우 불만족하다는 답변을 한 고립 청년의 비율은 7.8%를 차지하며 2.7%에 그친 비고립 청년보다 약 3배 가까이 높았다. 삶에 대한 불만족은 고립 청년의 취약성을 방증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김성아 부연구위원은 보건복지포럼을 통해 “팬데믹 이후 심화된 복지 수요로 고립·은둔 청년이 등장한 것과 같이 이들의 취약성은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미처 짐작하지 못하는 새로운 취약계층이 어느 순간 등장할 수 있”기에 “일회성 시혜가 아닌 ‘안정적인 제도 기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로운 복지 수요’이자 ‘신(新)취약계층’으로서 기존의 복지제도 양식을 온전히 적용하리라고 기대할 수 없음에 따라 “청년 친화적 전달체계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요컨대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진지한 논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기획재정부는 2024 정부 예산안 편성에 고립·은둔 청년을 복지 수요로 명시하고 있다.

참고 문헌
- 기획재정부, 2024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 2023.
- 김성아,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보건복지포럼, 제319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3.
- [글로벌 N포세대 리포트①] 취업도 소비도 포기한 '누운 청년들' 中탕핑족, 아시아타임즈, 2021년 12월 9일,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11208500206, (접속일: 2023-09-30).
- [글로벌 N포세대 리포트②] 꿈도 결혼도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日사토리 세대, 아시아타임즈, 2021년 12월 12일,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11210500157, (접속일:2023-09-30). 
- 박우, 세우려는 시대의 드러눕는 ‘사람들’: ‘당평주의자선언’으로 본 중국 사회의 정체성, 동아시아와 시민」, 제1호, 동서대학교(동아시아연구원), 2022.
- 박주홍 외 2, 부산광역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 부산복지개발원, 2023.
- 보건복지부,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 발표,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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