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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무엇이 천재일까 (김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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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마포청년나루 조회수 512회 작성일 202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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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wogjs0421/222803733668


어렸을 적부터 유난히 더 기분 좋았던 칭찬이 있었다. 바로 ‘천재’이다. 물론 천재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들을 만큼 뛰어난 능력을 지닌 건 아니었지만 ‘재능 있다’, ‘타고났다’ 등의 칭찬을 들을 때면 나는 자연스럽게 천재를 떠올렸다. 노력으로는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졌다는 이유 때문일까, 천재라는 단어는 나를 가슴 뛰게 했다. 내가 그런 칭찬을 들었던 분야는 주로 언어나 글쓰기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고작 문장 몇 줄 빠르게 쓴다고 그런 칭찬을 들었던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때의 나는 재능을 원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내 안의 재능이 확실히 드러나기를, 언젠가 재능의 벽에 가로막혀 나의 애매한 재능을 원망하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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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ixabay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진정한 천재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빠졌다. 단순히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인지, 말 그대로 하늘의 재주를 부여받은 사람인지, 천재를 구분 짓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실수를 저지르고, 후회하고, 실패하는 나는 천재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천재에 대한 오랜 사유 끝에 천재이길 바라는 것이 얼마나 미련한 짓인지 깨달았다. 천재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천재와 정신질환


일반적으로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난 재능과 정신능력을 타고난 사람을 천재라고 일컫는다. 하지만 천재의 특징들을 살펴볼 때 주목할 만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정신질환과의 연관성이다. 천재들은 다소 특이하고 괴이한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정신질환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여러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뇌 속 도파민 수용체 연구를 통해 천재성과 정신질환의 연관성을 입증하였고, 천재가 지닌 불안 증세와 과민하고 모순된 정신적 특질이 창의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아냈다. 실제로 인류 역사상 천재라고 불리는 빈센트 반 고흐, 버지니아 울프, 존 내쉬, 루트비히 판 베토벤 등의 위인들도 그 당시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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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EART


서번트 증후군


 또한 자폐스펙트럼 중 하나인 서번트 증후군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서번트 증후군이란 자폐증이나 뇌 손상으로 인한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이 암산, 기억 등과 같이 특정한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서번트 증후군은 <레인맨>, <그것만이 내 세상>, <굿 닥터> 등 오늘날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도 많이 사용되어 사람들에게 어렵지 않게 알려져 있는 증후군인데, 작품 속의 주인공들처럼 서번트 증후군을 지닌 사람들은 전체적인 지능은 떨어지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들을 한다. 예를 들면 엄청나게 우월한 절대음감을 가지거나, 파이(π) 값을 소수 22만 자리까지 정확

(6월 김찬이 기사 사진3)

영화 <레인맨>에서 자폐증 환자인 형을 돌보는 동생의 모습

하게 암기하기도 하고, 지금까지 읽은 9,000여권의 책을 모두 기억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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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레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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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천재와 바보를 구별하는 법


흔히 어린아이들은 지능이 떨어지는 친구들을 바보라고 놀리곤 한다. 물론 바보라는 단어는 상대방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지양하는 것이 맞지만, 우리는 일반적으로 지능이 다소 부족하고 비정상적인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을 바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서번트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들은 바보인가? 아니면 천재라고 해야 할까? 다른 다양한 정신질환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인간이 각각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남과 부족함을 동시에 보이는 상황에서 천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철학자 칸트가 주장한 천재론에 따르면 천재는 자연의 법칙을 모두 이해하고 있지만 그것을 본인 스스로 설명할 수는 없다. 결국 본인도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왜인지 본인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것이 천재가 아니라 바보 같기도 하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천재의 기준을 명확히 하자거나 더 뛰어난 천재가 되자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 고정된 관념으로 재능을 바라보고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노력을 알아봐줬으면 하는 마음

우리는 모두 각각의 재능을 타고났다. 그것은 삶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과거 조선시대에선 인정받았지만 오늘날에는 보잘것없을 수도 있다. 외국에선 마음껏 펼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감춰야 할 수도 있다. 이렇듯 인간 능력의 가치는 우리 손을 벗어나 있다. 우리의 가치는 모두가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다채롭다. 따라서 우리에겐 우리가 무엇을 타고났는지 와는 별개로 가치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내가 뛰어난 재능을 원했던 것도, 어쩌면 천부적 재능이 아니라 나의 노력을 알아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드러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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